유럽의 정치·경제 통합을 위해 출범한 유럽연합은 정치·경제뿐 아니라 에너지 정책에도 한 뜻을 모으고 있다. 기후변화협약 같은 굵직굵직한 세계 환경정책 기조를 이끌고 있는 유럽연합 에너지 정책가운데 피부에 닿는 실천이 있는데, 바로 건물에너지 성능지침(EPBD, Energy Performance of Building Directives)이다. 건물의 에너지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보다 체계 있는 에너지 절약 시책이 필요했다. 2009년부터 모든 회원국에서 건물 신축과 매매, 임대 거래 때 건축주 혹은 건물주가 구매자나 세입자에게 에너지성능인증서(EPC, Energy Performance Certificate)를 제공하도록 법제화 한 것이다. 이런 정책은 독일, 영국, 프랑스 같은 유럽 주요 나라의 에너지 정책과 관련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모델링으로 건물 에너지 효율 높이는 독일
에너지 선진국 독일에서는 최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건물 관리에 있어 신축보다 리모델링 공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관련 움직임이 유럽연합의 에너지정책을 이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이 2008년 7월부터 모든 주택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알 수 있도록 증명서 소지를 의무화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독일에서 70퍼센트 넘는 건물이 에너지 절약기준이 정비되지 않았던 1976년 이전 건설된 건축물이다. 에너지 효율 증명서 소지 의무화는 기존 건물에 대한 에너지 절감을 위한 것으로, 이런 제도 덕분에 독일 건설시장 리모델링 비율은 40–50퍼센트에 달한다. 임차인이나 구매자가 건물 소유자에게 에너지 증서 열람을 요구할 수 있으며, 에너지증서에 기재된 녹색·황색·적색 표시를 통해 건물 에너지 효율을 확인할 수 있다. 건물을 사고팔거나 임대할 때 에너지 효율이 선택 기준이 되는 것이다.
△ 독일 주택의 지붕단열, 창고, 파사드(건물 정면) 리모델링 전후 모습. 에너지 선진국 독일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신축보다 리모델링으로 건물을 관리한다.
독일 교통건설도시개발부는 건축물을 개보수할 때 에너지 절감에 따라 투자금액 25퍼센트 안쪽, 최대 3천200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투자금액 17.5퍼센트 안쪽, 최대 2천200만 원 보조금과 민간금융 저리대출을 최대 7만5천 유로(약 9천8백만 원)까지 금리 1퍼센트로 차등 지원하는 이산화탄소 절감 빌딩개축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고효율 방식 리모델링을 유도하기 위한 장기 저금리 융자와 보조금 같은 인센티브 제도로, 2001년 뒤 모두 52만 채를 리모델링했고 2006년 뒤 4년 동안 해마다 약 10억 유로(1조3천억 원) 예산을 할당하고 있다. 이 정책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390톤 줄였으며, 8억4천만 유로(약 4조4천 억)의 난방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도가 뒷받침 된 영국의 에너지 리모델링 사업
영국은 기존주택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2015년부터 에너지성능등급(EPC) E등급 아래 주택은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유럽연합 건물에너지 성능지침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모든 건물의 에너지 효율 등급은 A에서 G로 구분한다. 종교건물과 연면적 50제곱미터 아래 독립 건물주거용 건물 제외, 사용계획이 2년 아래인 임시건물, 에너지 수요가 적은 건물은 제외된다.
△ 런던의‘베딩톤 제로 에너지 단지(BedZED)’ 주택. 영국은 2008년부터 건물에너지인증서 제도를 의무화 하고 소재, 물 효율, 에너지 소비, 탄소배출량, 쓰레기 같은 9개 항목을 평가한다.
영국의 건물에너지인증서 제도는 2008년 10월부터 의무화되기 시작했다. 소재, 물 효율, 에너지소비, 탄소배출량, 쓰레기 같은 9개 항목을 평가해 6단계 등급으로 나눈다. 건물에너지인증서 인증기간은 매매주택은 3년이며, 모든 상업용 건물을 매매하거나 임대할 때 에너지 성능 인증을 받아 구매자에게 양도하도록 한다. 영국 에너지 자문기관(Energy Saving Trust)은 이와 같은 정책으로 인해 에너지효율성이 낮은(EPC F–G등급) 550만 가구들이 주택을 팔기 위해 약 5,000–1만 파운드(약 1,000만 원–약 2,000만 원)의 비용을 에너지효율화 관련 리모델링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DECC)는 1,400만 가구의 에너지효율화와 가정 부문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에너지 리모델링 뒤 에너지비용 저감액으로 사업비를 25년 동안 분할 상환하는‘그린딜Green Deal’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가구마다 지붕단열 18만 원, 벽체단열 120만 원, 바닥단열 26만 원 정도로 공사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영국 정부는 주택 단열, 개보수 분야 투자확대는 물론 관련 분야 고용 인력이 기존 2만7천 명에서 2015년 10만 명, 2022년엔 25만 명으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지속가능한 정주환경을 가꾸는 그린 리모델링을 위해
국내에서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패러다임에 맞춰 저에너지 주택 연구와 시공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지만, 기술개발 범위가 대부분 신축건물에 한정되어 에너지 절감이 시급한 노후주택에 적용할 리모델링 기술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다양한 분야로 연구 영역을 넓혀 지역사회의 주거환경 개선을 통한 사회, 경제, 환경 관련 비용을 절감함과 동시에 거주자의 건강과 실내 쾌적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주환경을 만드는 그린 리모델링이 우리나라에도 확산될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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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구 님은 현재 세명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친환경 건축과 그린 리모델링, 제로에너지건축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 2016년 4월호 <고치고 꿰메고 만들어가는 집> 특집 글 일부를 정리했습니다. < 작은것이 아름답다>의 더 자세한 내용들은 정기구독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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